자이야 2011. 12. 11. 08:39

  예나 지금이나 시집살이는 고달프다.
  오늘날에는 사정이 많이 달라져서  장남도 분가를 시키는 경우가 잦아 고전적인 의미로서의 시집살이는 크게 줄었다. 그러나  어떤 큰아들들은 아직도 부모를 모셔야 한다는 의무감에 사로잡혀 나가살기를 마다하고  같이 사는 일도 흔하다. 간혹 장남이 아니더라도 시부모와 함께 살게 되는 경우도 있다.


  시집살이가 고달픈 건 물론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미묘한 감정 때문이다. 시어머니는 하루 아침에 아들을 빼앗겼다는 상실감에서,  그리고 며느리와의 견해 차이에서 오는  이질감과 더불어 집안 어른으로서  주도권을 잡으려는 견제심리를 갖기 마련이다.


  며느리가 들어오면 시어머니는 일단 관찰을 한다.
  가장 주목하는 일은 역시  음식솜씨인데 이는 집집마다 조리방법과 식성이 다르므로 1차적으로 검증받아야 할 대목이다. 어떤  집에서는 김치 담글 때 젓갈을 넣지만 안 넣는  집도 있고 생선을 많이 먹는  집이 있는가 하면 고기를 즐기지 않는 집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시집 가서나 가기 직전에  이런 사항을 남자에게 사전에 묻거나  아니면 시어머니에게 직접 여쭈어 아는 게  현명한 노릇이다. 시아버지의 식성과 식습관도  미리 알아두고 특히 생일, 제삿날 등  행사는 반드시 챙겨 달력에 표시해 두는건 필수다.


  어른들은 부지런한 며느리를 좋아한다. 누구보다 일찍  일어나 조용히 아침 준비를 하는 며느리는 사랑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시어머니와 의견이  대립될 때는 절대  따지고 들거나 가르치려고  들지 말라. 좀 말이 안되더라도 우선은  받아들이고 그 결과로서 시어머니의 판단이 틀렸음을 보여주는 게 트러블을 막는 방법이다.   요즘 젊은이들은 상대를 막론하고 틀린 소리를 하면 굳이 이를 아니라고 우기는 만용을 저지르는데 어른에게만은 삼가자.


  시어머니 앞에서 남편과  너무 다정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이로울게  없다. 이는 아들을 뺏겼다는 생각을 갖는 시어머니의 복장에 불을 지피는 행위가 되므로 괜한 트집을 잡힐 우려가 크다. 더욱이 시어머니가  일찍 혼자 된 분이라면 그날 밤은 잠자기 틀렸다. 뭐 좀할 만하면 번번히 호출을 해 열받게 만드니까.


  시집살이는 일종의 공동체로서의 삶이다. 남편, 시부모 외에 시동생이 있을 거고 아이를 낳으면  3대가 한집에 사는 대가족이 되는 것이다.  이런 집단에서 며느리는 아주 중요한  위치를 점한다. 안살림에서 일종의 핵과 같은  구실을 하며 때로는 시동생들의  언니나 누나 노릇도 하고  조정자로서 시부모와 시동생들의 채널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기왕에 시집으로 들어갔으면 잘해야 다 좋은  것이다. 사사건건 대립하고 이를 남편에게 하소연하는 것처럼  남자를 돌게 하는 일도 없다. 시누이가  제 팬티도 안 빨고 내놓는다든지 시동생이  날마다 용돈 달란다고 징징거린다면 이를 고자질한다고 해결되지는 않는다.  도리어 싸움이 확대되어 시집에서  당신을 편들어주는 사람은 결국 시아버지만 남게 되는 사태를 초래할 뿐이다.


  대가족의 일원으로서 집안을 화목하고 다정하게 꾸려나가는 몫의 상당 부분이 며느리에게 달렸는데도  이런 삶을 자기만 손해보는  것으로 규정하고 자기만의 주장을 높여간다면 그  집은 지옥이 된다. 지옥에서 사느니 아예  처음부터 장남과 결혼을 하지 말든지 분가가 가능한 사람과 결혼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