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야 2011. 12. 11. 08:43

  양가 어른들이 인사를  하고 날짜가 잡히면 결혼  당사자 둘은 이른바 혼수를 사러 돌아다니느라고 정말 혼수상태가 된다.


  나도 혼인 전에  퇴근만 하면 집사람과 함께  남대문 시장이며 아현동 가구골목, 백화점을  쑤시고 다니면 물건을  골랐는데 다리도 아프거니와  마음에 드는 걸 고르자니 이게 보통 일이 아니었다.


  예산에 맞추어가며 살림살이를 사는 것만 쫓아다녔는데도 그 지경이니 예단이며 예물, 예복 고르기까지 더하면 결혼은 두 번 다시 할 짓이 아니다.  왜곡된 결혼 풍속이  시집 가는 많은 여자들을 울리고 있다.  한심한 사내들이 과다한 혼수를 버젓히  요구하는 바람에 결혼이 물건에  사람이 끼여 가는 꼴이 되고 만 것이다.


  보통 여자들도 혼수를 살 때 보면 자꾸 좋은  것, 비싼 것을 선택해 예산은 늘 초과되고 만다. TV도 25인치를 사겠다고 방방 뜨고  냉장고도 음식점 차릴 일이 있는지 4백, 5백 리터짜리를 고른다. 오디오도  최고급이요 남자 줄 시계, 반지도 형편을 넘어서 몇십 만원짜리를 찾는다.


  돈이 많다면야 말릴  이유는 없겠지만 매우 미련한 짓이다. 비싸고  좋은 혼수는 결혼  당시 한때의 기쁨일 뿐이다.  셋방에 고급 가구를 들이고  화려한 더블 침대에 누워 대문짝만한 TV를 놓고 보다가 잠이 드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  그러나 이렇게 저렇게 초과해서  나간 비용을 포함한 혼수비 전체의 생산성을 따져 보면 아주 불합리한 측면이 드러난다.


  7,80만원짜리 시계를 찼다고 해서  시간이 잘 맞는 건 아니다. 비싼 예복도 한 번 입으면 버리다시피 하고  남자가 해준 다이아몬드 반지는 결혼하고서도 장농 속에서 낮잠을 잔다. 겁이  나니까 끼고 다니지를 못하는 것이다. 그밖의 예물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따라서 여자들은 결혼 후에 이미테이션 액세서리를 또 산다.


  최근의 전자제품은 라이프 사이클이 짧다. 더 좋고  더 싼 제품이 계속 선보이고 있다. 최신 모델을 사 보았자 1년이면 구형이 되는 것이다. 그러니 당장 비싼 걸 살 필요는 없다. 차라리 중가품을 사 몇년에 한 번씩 개비하는 게 신선하다.  침대보다는 온돌방이  여러모로 건강에도  유리하다. 우리 주택의  난방시설은 거의가 바닥에  보일러 파이프를 까는  형식이다. 즉 온돌식  난방인데 바닥에서 떨어져 침대에 얹혀  자면 열효율면에서는 엄청난 낭비가 되는 셈이다.  공간 활용면에서도 침대는 결정적인 취약점을 갖는다. 침대가  놓인 안방은 성역이 되다시피 해서 큰 행사를 치르더라도 손님은 비좁은 거실에서 쪼그리고 앉아있다 가야 한다. 안방은 비워둔 채로.


  결혼 당사자 둘만 의견의  일치를 본다면 혼수 비용은 크게 줄일  수 있다. 남는 돈을 재테크에  활용하면 살림도 윤택해지고 낮잠  자는 혼수로 입는 경제적 손실도 막게 된다.  옛날에는 치마 저고리 한  벌이면 그것이 혼수의 전부였다는데 어쩌다 세상이
이 꼴이 되었을까.


  여자들이여, 혼수에 돈 들이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