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야 2012. 1. 8. 20:18

  세상이 왜  이렇게 됐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 지금  사회에서는 너도나도 누가 컴퓨터를 잘 모른다고 하면 한번 더 쳐다보며 '아니, 여태 컴퓨터를 모르는 인간이 다 있네?' 하는 표정을 짓는다.  그러는 자신도 기껏해야 워드나 쓰는 주제에 말이다.


  나는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컴퓨터를 경멸하는 사람 중 하나였고 그 사용법을 모르는 것에 하나도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았다.  그러다가 출판사에서 내가 원고를 넘긴다니까 하는 소리가  아래아 한글 2.5를 쓰느냐고 묻길래 난  PC가 없다, 원고지에 쓴다 했더니 하품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울며 겨자 먹기로 386 PC를 한 대 사다 집에서 두들기고 있다. 그러나 사실  나는 지금도 이걸 쓰면서 늘 불안해 한다.


  컴퓨터를 쓰는 사람이 원고 입력하다 뭐 하나 잘못 누르면 죄다 날아가버리는 통에 사람 돌게 만드는 거다.  원고지 한두 장 분량이라면 모르되 3, 4백장 되는 게 한 순간에 날아가서 다시는  찾을 수 없는 지경이 되면 어느 누가 뚜껑이 안 열릴 것이며 입에 게거품을 물지 않으랴. 좀  안다는 사람들은 원고 입력 틈틈이 저장을 해 놓으라고 하지만 쓰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게 잘 안 된다.


  컴퓨터가 없었다면 나는 지금도  원고지를 붙잡고 파커 만년필로 소설을 쓰고 있었을 것이고, 출판사에서 그런 소리만 하지 않았던들 386 PC를 사지는 않았을 거다.   컴맹이면 어떤가. 컴퓨터를 몰라도 우리가 사는데는 아무 지장이 없다. 직장에서 "컴퓨터를 모르면  넌 짤리는 거야!" 이러지 않는 한  그걸 배워서 이 다음에 살림에 보탤 것도 아니고 그늘에 널었다가 국 끓여 먹을 일도 없으니 그걸 모른다고 인생에  고춧가루 낄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 게다가  컴퓨터 모니터에서는 전자파 외에도 오존가스가 나온다. 눈을 버리고 견비통, 생리불순도 일어난다.


  인터네트 몰라도 되고 빌 게이츠가 누군지 몰라도 현명한 사람은 현자로 남고 어리석은 사람은 그대로 어리석다.  컴퓨터의 미래는  일종의 가전제품화이다.  전혀 문외한일지라도 사용  가능한 컴퓨터가 조만간 나오게 되어 있다. 그러므로 도스가 뭔지, 윈도스 95가 뭔지 몰라도 아무나 쓸 수 있는  컴퓨터가 출현하는 마당에 지금 컴맹이라고 기죽을 까닭이 없다.
  컴맹이 뭐 어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