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야 2011. 7. 9. 09:49

사람이 살다보면 때로는 도무지 살아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할 날도 있다. ‘이
게 사는 건가’ 싶기도 하고 ‘이러고 왜 사나’ 하는 푸념이 저절로 나오는 때
가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철학적인 고민에 빠져 삶에 전혀 가치를  둘 수 없다
고 판단될 때 죽음은 보다 가까이 다가오게 된다.
  사춘기 시절에는 누구나  한 번쯤 자살을 생각해 본다. 세상이  괜히 시시해지
고 사는  게 뻔해 보여서, 혹은  첫사랑에 실패해 좌절에 빠지면  죽는다고 방방
뜨다가 결국은 일과성 해프닝으로 마감하기는 하지만.
  나도 한  때는 죽음을 심각하게 고려해  본 적이 있다. 그런데  문제는 어떻게
죽느냐 하는 방법론에서 이것도 싫고 저것도 안  되고. 하여간 마음에 드는 ‘나
죽이는 법’이 없어서 끙끙거리다가 지금가지 꿋꿋하게 버텨오고 있는 것이다.
  우스갯소리로, 겨울에 한강에 빠져 죽자니 물이 너무  차가울 것 같고 목을 매
자니 죽고 난 후의 꼴이 영 아니올시다일 것 같다는 핑계가 여러 사람을 살리고
있는 셈이다.
  옛날 우리 담임 선생이 그랬던가. ‘자살’을 거꾸로 하면 ‘살자’가 된다고.
자살할 용기로 다시 시작하면 못할 게 뭐가  있느냐고. 그러나 이런 소리는 자살
할 이유가 전혀 없는 사람들이 하는 얘기일 뿐이다.
  진정으로 삶을 포기한 사람은 자신의 죽음에  진지하다. 인생을 다시 시작하고
싶다는 간절한 욕구가  살면서의 재출발 욕구보다 강할  때 그 죽음을 무엇으로
막을 것인가.
  나는 기본적으로 자살에  반대하는 사람이다. 일본 작가  기와바다 야스나리가
가스 호스를 입에 물고 자살했다거나 헤밍웨이가 엽총 자살했다고 해서 그걸 전
혀 멋있게 보지 않는다. 멋있기는커녕 소름이 끼친다.
  기왕에는 죽는 거 조  고상하게 소리 없이 가는 게 낫다.  고통도 느끼지 못하
면 금상첨화(이런 고사성어를 여기다 써도 되나?)가 아닌가.

  - 고통 없이 가는 법 -
  1. 여름이라면 골방에서 문 처 닫고 선풍기를 누운 얼굴에 고정시킨 채 잔다.
  2. 겨울이라면 연탄  한장 사다 피우고 수면제 몇  알 먹은 다음 자빠져 잔다.
이 방법의 흠은 누가 일찍  발견해서 병원 고압산소탱크에 넣어 살렸을 때 머리
가 뻐개지게 아프거나 아니면 맹구가 된다는 점이다.
  3. 아주 추운 겨울이라면 위스키 큰 거 한  병 사가지고 산에 가서 다 비워 인
사불성이 된 채 그대로  잔다. 말하자면 얼어  죽는 것인데 술이 센 사람은 살아
날 확률이 있다는 게 단점.
  4. 커다란 비닐봉지를  머리에 뒤집어 쓰고 목 부분을 빈틈없이  조인 뒤 가만
히 기다린다. 이때 비닐봉지가 너무 크면 시간이 오래 걸리므로 주의한다. 이 방
법의 단점은 참을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 캄보디아에서 크메르 루즈군이  돈 안
들이고 사람 잡던 방법이라서 유명해졌다.
 
  이상의 방법 중 하나로 인생을 종칠 사람은 그 전에 반드시 나하고 소주 한잔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