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회 최악의 결혼 상대자
“기자와 예술가와는 결혼하지 마라. 그들은 최악의 결혼 상대자이다.”
이 권고를 마침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는 김모 기자에게 보여줬더니 펄펄 뛰었
다. 아직 결혼 전인데 기자, 예술가와는 결혼하지 말라니 그게 무슨 소리냐고 농
담도 석이지 않은 목소리로 항의하는 것이다.
나는 대꾸 없이 웃고 말았다. 내 아내라면 분명 내 말에 동의할 것이다. 왜냐
하면 나는 양쪽 일을 다 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우선 기자와 결혼하면 왜 골때리는지 설명하겠다.
기자라는 직업은 취재와 마감을 먹고 산다. 취재란 대부분이 사람을 만나는
일이고 마감 때가 되면 기사를 써 신문이나 잡지를 완성시킨다. 기자는 늘 바쁘
다. 취재하느라고 바쁘고, 마감하느라고 바쁘고, 마감 끝나면 끝났다고 술 마시
느라 바쁘다. 기자는 술을 입에 달고 산다. 특별한 경우 전혀 입에 대지도 못하
는 사람도 있긴 하지만 열에 아홉은 주당이고 하루 거르기가 힘들다. 취재원과
마시지 않으면 동료 기자들과 마시는데 이게 한 잔 들어가면 뚜껑이 열려야 집
에 가는 게 보통이다.
그러니 이런 걸 서방이라고 데리고 살아봐야 아침에 해장국 끓여 대기 바쁠
게 뻔하지 않겠는가. 기자는 명도 짧다. 온갖 스트레스에 술까지 퍼제끼니 제 명
에 못 죽는 것 당연하다. 특히 일간지 기자는 마누라가 서방 얼굴 보기도 힘든
게 현실이다.
다음은 예술가.
요즘 젊은 사람들 중 예술가라면 아무래도 시인이나 소설가가 제일 많을 것이
다. 시인이나 소설가를 이쪽 동네에서는 통칭 ‘글쟁이’라고 부르는데 이 글쟁
이들 역시 술이라면 빠지지 않는다. 게다가 이른바 순수문학을 한다는 치들은
생활 능력이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말하자면 아내가 벌어서 살림하고 술값까
지 대야 한다는 얘기다. 글쟁이들이 가장 선호하는 아내상은 약사나 교사다. 서
부전선(생활비)에 이상이 없으니 자유를 만끽할 수 있지 않은가.
나도 한때는 약사시험이나 볼까 했었다. 약방 열어 집사람에게 소화제나 드링
크 팔라고 맡겨 놓으면 처자식 끼니는 해결될 것 같아서.
글쟁이들은 대부분 괴벽을 갖고 있다. 심한 열등감이나 우월감을 먹고 살므로
술이 들어가면 대책이 안 선다. 집 놔두고 여관잠 자는 건 예사다.
여기서 기자와 글쟁이가 결정적으로 차이점을 보이는 대목이 있다. 인격에 따
라 다르기는 하나 글쟁이들은 여성 편력이 심하다. 마누라가 있든 없든, 애인이
있든 없든 보통 서너 명의 여자를 꾸준히 만나고 그 중 한 여자와는 돈독한, 아
내가 본다면 심각한 관계를 계속 유지한다. 또, 명이 짧기로는 기자에 못지 않
다. 쉽게 말해 남편감으로는 기자보다 더 열악한 게 글쟁이다.
내가 기자와 예술가에 양다리를 걸친 사람으로서 왜 이런 소리를 주절거리느
냐 하면 먼저 집사람에게 속죄하고픈 마음에서 그러는 것이고, 아직 미혼인 여
자들에게는 이 부류의 인간들이 더 이상 피해를 끼치게 해서는 안 되겠다는 심
정에서 그러는 것이다.
기자와 예술가, 결혼 전에는 근사하게 보인다. 그러나 속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