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회 성실이 학벌을 이긴다.
나는 고등학교를 시험 쳐서 들어간 사람이다. 그때만 해도 경기, 서울, 경복이
일류 고등학교였었는데 난 공부가 시원치 않아 거긴 담임이 써주지도 않았다.
그래서 내가 1차로 시험을 본 게 경희고등학교였다. 하지만 재수 없게도 이 학
교가 서울에서 경쟁률이 높지 않은가.
보기 좋게 미역국을 먹었다. 2차를 가야 했다. 어딜 가나 또 떨어지면 어린 나
이에 재수를 해야 한다 생각하니 겁이 났다.
학교로 가자 담임이 실실 웃으며 나를 맞이했다. “그래도 공부께나 한 놈이
거기 가서 떨어졌냐?” 하며 딴 데 갈 생각 말고 모교로 다시 오라는 것이었다.
장학금을 주겠다니, 난 더 생각하지 않았다.
국민학교처럼 같은 학교를 6년이나 다니면서도 나는 그때 왜 대학을 가야 하
는지 몰랐다. 그저 남들이 다 다니니까 가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사회생활을
해보니 왜 대학을 나와야 하는지 알 것 같았다. 가는 데마다 어느 대학을 나왔
느냐고 묻고 있었다.
언론사든 일반기업이든 사람을 채용할 때 기준점을 일단 출신 학교로 삼는게
관례화되어 있다. 특히 필기시험이 없는 경우 대학을 안 나오거나 비일류대 출
신들은 엄청난 불이익을 당한다.
필기시험을 보아 면접까지 올라가서도 같은 점수를 받았다면 대학을 나온 사
람이, 기왕이면 일류대 출신이 합격하는 게 우리 현실이다. 내 후배 하나도 모
신문사에 최종 면접까지 올라갔다가 밀린 일이 있다.
하지만 일은 학벌이 하는 게 아니다. 케임브리지나 하버드 대학을 나왔어도
게으르고 불성실하면 그는 잘리고 만다. 출근도 제대로 하지 않고 일도 제멋대
로 한다면 아무리 능력있는 놈이라 해도 사장은 그를 좋아할 수가 없다.
내가 직장생활을 해보니 학벌이고 나발이고 결국에는 성실한 사람이 인정 받
고 대우 받는다. 물론 학벌 좋고 성실하면 말할 것도 없겠지만 그런 사람은 찾
기 힘들다.
어느 직장이든 성실하게 일하자. 대학을 안 나왔다면 방통대를 가든지 산업대
를 다녀라. 주경야독이 고달프기는 해도 어지간한 회사라면 지원도 해준다. 직장
동료들도 당신을 다시 볼 것이다.
학벌 타령하는 사람치고 성공하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대학을 나왔어야 뭐가 되지...”
“왜 내가 공부를 안 했던가!”
“서울대만 나왔어도 저 자리는 내 자린데...”
학벌이 곧 실력은 아니다. 실력이 없다고 생각되면 키워라.
영어가 달리면 남몰래 새벽반이라도 다니고 일본어를 배울 필요가 있다면 망
설이지 말라. 인생은 누가 가르쳐주지 않는다. 주어진 일에만 만족하지 말고 남
의 일이라도 어깨 너머로 배워두자.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에게 기회가 오
는 법이다.
성경에도 나온다.
`두드려라 열릴 것이요. 구하라 얻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