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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살아가는 지혜/여자가 모르는 99가지

제79회 우리에게 미래는 없다.

자이야 2012. 1. 1. 22:17

  드라마 <목욕탕집 남자들>에서 송승환이 부인 양희경에게 이런 대사를 한 적이 있다. “이런 말세에 아이는  뭐 하러 낳느냐”고. 물론 애를 못 가지는 마누라가 자격지심 가질까봐 위로의 뜻으로 한 말이겠지만 어떻게 들으면 모골이 송연하다.


  세상이 얼마나 살벌하고 각박하면  대를 이를 자식을 원하면서도 낳지 못한다는 것인가. 참으로 전대미문의 일이요, 시일야방성대곡 할 노릇이다.  나는 절대로 비관주의자가  아니다. 오히려 낙천주의자에 가깝다. 얼마나 산다고 머리 싸매며 고민하다 가나. 하지만 가만히  팔짱 끼고 이 세상을 내려다보노라면 도대체 이게 잘될 것 같지가 않다.


  얼마전 신문을 보니 호주에서는  지금 초등학교 사내 아이들에게 콘돔을 나누어주고 그 사용법을 가르쳐주네 마네로 여론이  분분하다고 한다. 한쪽에서는 “어차피 좀더  크면 다 알텐데. 아니  지금도 더러 하는 애들도  있으니까 차제에 건강한 성생활을 위해 일찌감치  가르치는 게 낫다”는 주장이고 다른 쪽에서는 “거 뭔 소리냐, 그거 나눠주면 안하던 녀석들도  실습해 보겠다고 방방 뜰 텐데 지금 어린이 섹스를 조장하자는 거냐”고 반대를 한단다.


  세상에! 나는 하도 어이가 없어  침을 질질 흘렸다. 짜식들 째지겠다는 생각을 해서가 아니라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해서였다. 아니, 사람의 탈을 쓰고 어찌 이마에 쇠똥도 안  마른 자식들에게 섹스 도구를  나누어주고 ‘이게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를 가르친단 말인가.


  나는 미래를 내다보는  창구의 하나로 영화를 꼽는다. 미래 사회를  그리는 공상과학 영화,  예를 들면 <터미네이터>니 <로보캅>이니  해리슨 포드가 주연한 <블레이드 러너>를 보면  미래 사회도 한결같이 우울하고  음산하다. 인간은 그때 가서도  추악하기 이를 데 없고  착한 사람은 언제나 쫓기며  사는, 쓸데없이 과학만 발달한 세상이다. 비록 과장된 측면도 없지  않겠지만 내 생각에는 별 차이 없을 것 같다.


  우리의 앞날은  조지 오웰의 예언대로  ‘빅 브라더’가 지배할  듯하다. 슈퍼 컴퓨터가 장발장을 악마같이 따라다니던 자베르 경감처럼 우리를 따라다닐 것이다.
  가까운 장래에 우리에게  주어질 전자신분증이 바로 그러한  역할을 하리라 생각된다. 이 신분증은 신용카드 겸용이자 의료보험증  노릇도 한다하니 정부에서 마음만 먹으면 우리가 한달에 용돈을 얼마나 쓰는지,  무슨 병을 앓고 있으며 휴일에는 어디로 놀러다니는지를 고스란히 체크당할 수도 있다.


  무슨 일을 할  때마다 카드를 문지르는 것으로 해결되는 세상.  출퇴근 확인도 카드로, 밥도 카드로,  집에 들어갈 때도 열쇠 대신 카드를  꽂고 들어가는 세계. 유전자 조작으로 늙지도 않고 에이즈 백신이 나와 모든 성병에서 해방되는 시대가 우리 앞에 펼쳐질 미래라면 그야말로 소돔성이 따로 없을 것이다.


  사고나 병으로, 늙어서 죽어야 할 사람들이 죽지를  않아 노령 인구는 계속 증가할 것이고  독신자도 계속 늘어 결혼이라는  인륜대사는 무의미해지고 주택은 대부분 원룸 아파트로 바뀔 것이다.


  나만의 공간. 나만의 세계를 추구하는 사람들. 마치 정지해버린 것 같은 시간.  값싼 항공료로 좁아진 세계는 우리들에게 에베레스트산 정복을 도봉산 등반쯤으로 여기게  할 터이고, 아마존  밀림은 트레킹을 즐기는  사람들의 발자국으로 남아난 곳이 없을 것이다.


  환경단체로 유명한 그린피스는 회복  불가능한 자연 앞에서 스스로 해체를 선언하고, 지금 독일에서  슬슬 움직이는 네오 나치즘 추종자들은 어쩌면  죽은 히틀러의 유전자를 구해 그를 되살려낼지도 모른다.


  이건 가상  시나리오가 아니다. 인류가  현재의 이대로 가다가는  기필코 맞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누가 나서서 이 재앙을 막을 것인가. 남극의 오존층은 지금 이 시점에서도 충분히 심각할 정도로 파괴되어 있는데 너나 할 것 없이 태평한 게 현실이다.
  우리에게 미래는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