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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살아가는 지혜/여자가 모르는 99가지

제34회 술 얼마나 마실까?

자이야 2011. 8. 13. 06:53

내가 신문사에 다닐 때였다. 그 전까지만 해도  나는 여자가 그렇게 술을 많이
마실 수 있으리라고는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내가 `가기` 전에 그들이 `먼저  가
지` 않는 것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으니까.
  총무과 여직원 하나가 그만둔다고 해서 회식을 하던  말, 마침 마감도 끝난 터
라 우리 편빕국  일부 기자들까지 참석했다. 간소하게 고기를 구어가며  잔을 들
이켜는데 이 사람이 그동안 내게  유감이 많았는지 내 자리로 맥주잔을 들고 오
더니 내게 “한잔 받으시죠” 어쩌구 하면서 소주를 가득 붓는 것이었다.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내가 아무리 술을 즐기고 하루도 거르는  날이 없다해
도 맥주잔 가득히 소주를 받아본  적을 드물었다. 그런데 잔을 준 미스X는 나와
까마득한 제 자리에서  왜 잔이 오지 않느냐고 성화를 부렸다.  그것도 원샷으로
말이다. 내가 잔을 단번에 비우고 역시 잔  가득히 소주를 부어주자 그려는 즉시
잔을 내더니 이제부터  파도타기를 시작하겠습니다.“ 하면서 앉은  자리에서 시
계 방향으로 컵을 돌리는 것이었다.
  그날, 나를 비롯해 적어도 술이라면 막강한 내  휘하의 기자들은 모두 맛이 갔
다. 나는 겨우 정신을 차려 집에 가고 다음 날 출근해 물었다.
  “말도 마세요. 누구는  화장실 가서 안 오길래  가봤더니 오바이트퍼질러놓고
자고 있더라구요. 나중에  뭐란 줄 아세요? 집에 못 가겠으니까  방 하나만 잡아
달래요. 여관에 뉘어 놓고 집에 갔조, 뭐.”
  국도 음식이다. 성인이라면 분위기에 따라 한 잔  하는 것을 나무랄 사람은 없
다. 오히려 안주만 축내면서 집에 갈 생각만 하는 사람이 지탄받는 시대다.
  하지만 남녀를 막론하고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마시는 사람을 좋아하는 동
료나 친구는 별로 많지 않다. 뒤치다꺼리도 한두 번이다. 맛이 간 사람을 부둥켜
안고 택시를 향해 의정부니 수유리를 외치며 즐거워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더군다나 늑대가 우굴우굴한 이 시대에 여자 몸으로 의식을 잃은채 혼자 집에
간다는 것은 호랑이 입에 고기를 넣어주는 꼴이다.
  그러므로 술 앞에서 자제심을  잃지 말자. 물론 먹다 보면 그게  잘 안 된다는
건 다 안다. 술  마시며 “아, 그만 마셔야 하는데...”하는 경험  없는 사람 있으
면 나와보라구 해보자. 없다.
  이럴 때는 미리 준비를 해놓고 마시자. 만나기 전에(마시기 전에) 간식을 먹어
두던가 적어도 우유  한 잔이라도 뱃속에 깔아두자. 무슨 알지오니  아스파니 하
는 숙취해소 음료는 말짱 꽝이다.
  또, 절대 `짬뽕`을 하지 말 것. 남자들이  흑심을 품고 여자를 술자리에서 가게
만드는 수법 중의 하나가 이 섞어 마시는  것이다. 저녁 먹는다면서 반주로 소주
나 혹은 고량주를 먹이는 치사한 자식들이 있는데 이걸 두어 잔 먹으면 목이 마
르다. 이걸 노리고, 맥주 한잔  하면 시원할 거라느니 콜라나 사이다 한 잔 먹으
라느니 하는데, 이  말에 넘어가면 간다. 술이  약한 사람은 아예 인사불성이 된
다. 그 다음엔 뻔한 것이다.
  그러므로 어떤  자리에서건 섞어 마시는  것은 금물이다. 특히  노래방에 가면
마실 거라곤 캔맥주 아니면  츰료수뿐이므로 설사 레몬 소주를 마셨더라도 맥주
는 마시지 말 일이다. 2차, 3차을 간다 해도 그게 나이트든 디스코장이든 전작이
맥주면 계속 맥주로 가든가 소주면 아예 마시지 말든가 하라.
  술을 마셔보면 자기  주량이 얼마 정도인가 알게 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술이
잘 들어가는 날이 있고  어떤 날은 한 잔도 입에 대기 싫은 날이  있다. 술이 단
날은 남자들도 몸조심을  한다. 까딱하다가는 그 다음 날을 후회와  번민의 날로
만드는 탓이다.
  술은 우리를 아주 우습게 만든다. 그 점을  언제나 명심하고 가능하면 적게 마
시려고 노력하며 마시더라도 천천히, 안주도 충분히  멀어 가며 마시자. 다음 날,
술이 덜 깨면 오렌지 등 과일주스를 마시고 속이 거북하더라도 밥은 꼭 먹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