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에 앉아 원고를 보고 있는데 그녀가 비실비실 다가오더니 “라이터 좀 빌
려 주실래요!”한다. 주머니에서 꺼내 건네주자 받아 들고 화장실로 간다.
나는 속으로 ‘아니, 그럴 리가 없을 텐데’하면서 다시 원고를 본다. 그녀가
라이터를 들고 돌아온 것은 10분 후. 슬쩍 냄새를 맡아 본다.
“눈썹 올리는 데 썼어요. 불로 달궈서 올리면 잘 되거든요.”
하기야 이 사무실에서 굳이 화장실 가 담배를 필 여자는 없다. 다들 내놓고
피는 마당에 그녀 혼자만 변기를 타고 앉아 담배를 물고 있겠나.
내가 담배를 피기 시작한 건 대학 1학년 때다. 220원 하는 한산도가 없어서
못팔 때였는데 내가 담배를 피기로 마음 먹은 건 고독해서였다. 친구도 없고
갈 곳도 없는 내게 그 파란 연기가 뭐라도 보상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심에 담
배를 피게된 것이다.
이때부터 피기 시작한 담배를 아직까지 줄창 피고 있는데 한 번 배운 담배는
끊기가 여가 어렵지 않다. 술은 마시지 말라면 안 먹겠지만 이 담배만큼은 쉽
지가 않았던 것이다. 하다못해 감기가 걸려 캑캑거리면서도 담배를 피우니 더
말해 무엇하랴.
여성 흡연이 크게 늘고 있다. 남자의 경우는 어른이 되면 으레 피워야 하는
게 담배라고 알고 너도나도 피우지만 여성들의 경우는 살을 빼기 위해서, 나처
럼 고독을 달래려고, 멋있어 보이니까 등등 담배를 피는 이유도 다양하다.
남자도 마찬가지지만 흡연이 건강에 나쁘다는 사실은 여자들도 잘 안다. 더
욱이 임신 중에 피는 담배는 태아에게 치명적이다.
다 아는 얘기지만 폐암에 걸릴 확률도 비흡연자에 비해 엄청나게 높다는 걸
모르는 흡연자는 없다. 그래도 우리는 담배를 핀다. 아직 못 피는 사람은 피고
싶어 하고 아이들은 숨어서까지 몰래 핀다.
나쁜 줄 뻔히 알면서 왜 담배를 피울까.
형사 콜롬보를 보면 피터 포크는 깊은 생각에 잠길 때 시가를 물고 왔다갔다
한다. 무언가 골똘히 생각해야 할 때 담배는 확실히 도움을 주는 것 같다. 껌
을 씹으면서도 그럴 수는 있겠지만 모락모락 오르는 연기를 보면서 생각에 잠기
면 심리적으로 괜히 뭔가 더 잘 떠오르를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것이다.
또 일부 한의사 중에는 담배가 체질에 맞는 사람은 피워도 상관없다고 주장하
고 있다. 담배의 해로움만 너무 강조되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담배를 피고 있는 사람들 중 적지 않은 이들이 후회하고 있음을 알라.
나도 금연 좀 하고 싶지만 안 돼서 지금도 담배를 물고 있다. 기관지가 나빠지
고 가래가 생기며 특히 담배가 떨어지는 순간이면 무슨 마약 중독자처럼 허둥거
리는 모습이 내가 봐도 한심하다.
아직 피우지 않는다면 담배는 앞으로도 입에 대지 말자. 차라리 술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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