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회사에는 한 달에 두어 번씩 보험 아줌마들이 나타난다. 내가 처음에 입사했을 때는 이쁘장한 젊은 아줌마 하나만 출입을 했었는데 지금은 더 늘어 둘이 됐다. 이 양반들은 와서 하는 일이 인사하고 사탕 주고 라이프 사이클이 적힌 인쇄물 하나 던져놓고 가는 게 다다. 그런데도 나는 이들이 오면 슬슬 피한다. 누가 뭘 부탁하면 거절을 못하는 성격 탓이다.
영업사원들은 전략이 다 같다. 먼저 안면을 익히는 것이다. 물건을 팔든 못 팔든 얼굴이 익어야 얘기가 되기 때문이다. 생판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다가와서 차 한 대 사라, 보험 들어라 한다고 누가 대꾸나 하겠는가. 우선 인간적으로 접근한 다음에 은근 슬쩍 말을 건네서 사면 사는 거고 아니면 다음에 다시 시도하자는 게 영업사원들의 수법이다.
세상은 혼자 사는 것이 아니다. 혼자 살려면 사사건건 모든 일을 홀로 해결해야 하는데 그렇게는 힘들어서 못 산다. 이럴 때 아는 사람이라도 있다면 간단하게 풀릴 수도 있다. 내가 어려서 우리 아버지는 늘 친구가 많아야 된다고 말씀하셨다. 설사 깡패일지라도 그에게 언제 어떤 도움을 받을지는 아무도 모른다면서 어떤 분야든 골
고루 친구를 사귀라고 하셨던 것이다.
인맥을 만든다는 건 별 게 아니다. 친구의 친구, 선배, 후배의 선후배, 거래처의 거래처 등 만나게 되는 사람들의 명함을 꼬박 챙겨서 분야별로 모아두었다가 더러 전화도 하고 지나는 길에 들러 안부를 묻는 것으로 족하다. 이때 가능하다면 그들에게 당신의 신세를 질 기회를 주거나 만들어라. 그러면 그들은 당신의 고마움을 잊지 못한다. 아니면 일부러라도 당신이 작은 신세를 져라. 사람의 관계란 서로 무해무익하면 잊어버리기 마련이다.
나야말로 오만군데 직장을 다 다녀서 만약 내가 마음만 먹었다면 인맥 하나만큼은 뻑적지근할 수 있었는데 워낙 독불장군이라 내 주위에는 열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밖에는 남지 않았다. 여자에게 웬 인맥이냐고 묻고 싶을 것이다. 아니면 인맥 만든다고 오지랖 넓히다가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나만 손해 아니냐고, 그러다가 이상한 인간 만나
면 어떻게 하느냐고 묻고 싶겠지, 그러나 내가 얘기하는 건 프로들을 위한 것이다. 아마추어는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쇼.
전에 나와 함께 근무하던 한 편집 디자이너는 시집 간다고 그만 두고 나가더니 우리 거래처 하나를 물고 날랐다. 말하자면 집에서 살림하면서 놀면 뭐 하느냐고, 일감 얻어다가 일하면서 전에 알던 거래처(종이집, 인쇄소, 제책사, 제판집 등)에 우선 결제하지 않고 외상거래로 돈을 버는 것이다. 물론 수입은 서방님보다 더 짭짤하다. 웬만한 곳이라면 외상으로 일을 해주지는 않는다. 해줬다가 돈 못 받으면 어디 가서 하소연할 것인가. 그래도 해주는 건 그 사람이 평소 그만큼 관리를 잘 하고 신뢰를 쌓아갔다는 얘기다.
이건 다른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인맥 만들고 관리하기, 별것 아니다. 사소한 관계에서부터 인맥은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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