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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살아가는 지혜/여자가 모르는 99가지

제59회 내일 일은 내일

자이야 2011. 10. 28. 18:50

  영화 <혹성 탈출>을 보면 원숭이들이 인간들의 기지로 쳐들어오는 장면이 있다. 별다른 무기가  없던 인간은 3차원 영상으로 원숭이들에게  지진이 일어나는 장면을 보여주는데 원숭이는  이에 몇 분밖에 반응을  보이지 않아 결국 인간의 기지는 궤멸당하는 것이다.


  원숭이는 왜 가상현실에서  금세 깨어났을까. 연구자들에 의하면  지능이 낮아서라고 한다.  지능이 낮으면 상상력이 오래  지속되지 않아 곧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현실로 돌아온다.  인간은 상상력을 통해  문명을 발전시켜왔다. 이럴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이 새로운 시도를 불러일으켰고  그러한 시도는 의미있는 결과를 낳아 그것이 예술로, 과학으로 우리에게 남은 것이다.


  그러나 상상력이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다. 우리 집사람은  내가 보기에는 웃기지도 않은 가벼운 공포물도  보지 못한다. 외화 드라마 도 못 보고 좀 으시시한 내용을  담은 다큐멘터리도 아예 외면한다. 뭐 밤새  악몽을 꾼다나---. 나도 상상력은 풍부한 편이어서 뭘  좀 생각하다 보면 한없이 이어진다. 마치 세포분열처럼 상상이 계속 확대돼 나중에는 처음에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이상한 공상이 되고 마는 것이다.


  ‘걱정도 팔자’라는 말이  있다. 걱정이 지나치면 그것도  일종의 피해망상이라 할 수 있다.  불확실성의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들은 수많은  망상에 빠져있는지 모른다. 나
는 지하철을 타고 다닐  때마다 사고가 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을  한다. 특히 열차가 다리를 건널 때면 공포감은 더 커진다.  성수대교를 떠올리며 ‘만약 이 다리가 끊어져 강물 속으로 처박힌다면 최소한 수백  명은 죽을 거야. 그럼 전세계 언론이 모두 보도하겠지’ 이러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앞날의 일을  미리 걱정하는 건 전혀 쓸데없는 짓이다. 대강의  짐작은 할 수 있겠지만 앞날이 어찌될지는  닥쳐봐야 아는 것이다. ‘내일  누구를 만나는데 그가 무슨  말을 할까. 이렇게  말하면 어쩌지. 나는 뭐라고 대답해야 하나.  그가 혹 오해라도 한다면 그는 내  곁을 영원히 떠날지도 모르는데---.’  이런 식으로 아무리  밤새워 걱정한다고 해도 해결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걱정한다고 모든  일이 해결된다면 우리는  누구나 걱정만 하고 살 것이다.


  내일 일은 내일  걱정하라는 말이 성경에도 나온다. 미리 속을  끓여봐야 아무 득이 없고 도리어 오늘 일까지 망친다.  ‘위스턴 처칠도 ’만약에‘라는 단어가 쌓이고 쌓이면  되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만약에  이렇게 된다면---, 만약에 저렇게 된다면---  이럴 것이 아니라 차라리  ’그렇게 될 것이다‘라고 단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휠씬 유익하다.


  살아봐서 알겠지만 인생은 우리가 염려해 온  것보다 나은 방향으로 나아간다. 걱정을 많이 했는데  전혀 그럴 필요가 없었던 일도 부지기수다.  오늘은 오늘이고 내일은 내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