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직장 동료들과 회식했다가 혼이 난 적이 있다. 퇴근시간에 미술부 부장님이 갑작스럽게 한 잔 먹자고 하는 바람에 졸지에 따라갔는데 합정동으로 가는 것이다. 곱창을 죽이게 하는 집이 있다면서. 정말 그 집 곱창은 나를 죽여줬다. 아직 늦여름의 후덥지근한 기온이 우리를 비록 길바닥에서 먹게 하긴 했지만 일곱 명은 소주를 한없이 퍼마셨고 덕분에 한 마리가 맛이 가고 말았다.
공교롭게도 집 방향이 같은 바람에 내가 떠맡은 그는 깨어날 줄 몰랐다. 우리집 앞에 도착해서도 짜식은 몸을 가누지 못했고 나는 돌아버릴 지경이었다. 빈 방이 없어 내 집에 데려갈 수도 없었고 여관에 데려가자니 술 취한 인간은 받아주지 않을 것이 뻔하기 때문이었다.
나는 과감하게 짜식을 길에서 자게 내버려 두었다. 가방은 내가 챙기고 가면서 한편으로는 어디 혼좀 나봐라 하는 심정으로 말이다. 그는 이틀 후 멀쩡하게 출근했다. 전날을 쪽팔려서 도저히 나올 수 없었노라면서...
이건 직장 동료끼리의 해프닝이지만 애인인 남자가 이 꼴이 되면 여자는 더군다나 대책이 서질 않는다. 그렇다고 나처럼 버리고 갈 수도 없다. 이런 경우를 당하면 남자 집에서 전화를 해서 데려가라고 하고 당신은 그의 동생이 올쯤 해서 택시 타고 가라.
술 마시고 맛이 가는 건 그래도 나은 거다. 남자들은 술을 마시면 주정을 부리는 등 특유의 버릇을 드러낸다. 엎어져 자는 사람, 한 소리 또 하는 사람, 괜히 옆자리에 시비를 거는 사람, 나처럼 슬그머니 사라지는 사람 등등 여러 가지다.
애인과 술을 마실 때는 당신이 더 마시고 싶더라도 남자가 과음하는 걸 막아야 한다. 주량을 알 테니까 그 이상은 못 마시게 하고 자리를 옮기는 것이다. 만약 남자가 더 먹겠다고 하면 집에 간다고 협박(?)하고 자리에서 일어선다.
고전적인 수법이지만, 엉큼한 놈은 일부러 술 취한 척한 다음 죽네 사네 괜한 넋두리를 늘어놓아 여자를 안심시켜 놓고 집에 못 가겠다고 개긴다. 이때 마음 약한 여자는 그를 혼자 두고 가지 못하고 어정거리다가 함정에 빠지기 쉽다.
술이 취하면 남자나 여자나 쓸데없는 용기가 생기고 평소에는 갖지 않던 욕망을 채우고 싶어한다. 그러므로 남자가 취했다고 해서 그를 필요 이상으로 챙기는 것은 나중에 후회할 일과 술버릇을 길러주는 것밖에 안 된다.
지금 커플들 중에는 남자보다 여자가 더 술이 세서 똑같이 마셨는데도 남자가 먼저 가는 일이 왕왕 있다고 하는데 당신이 그렇다면 처음부터 아예 술자리를 만들지 말 것. 괜히 입만 버린다.
애인이 술을 엄청 좋아한다면 그와 함께 술 마시는 날을 정해 놓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일주일에 한 번이라든가 열흘에 한 번 이런식으로 해서 단둘이는 마시지 말고 그의 친구와 당신 친구 등 넷 정도가 함께 만나 초저녁부터 시작한
다.
초저녁부터 마시라구? 그렇다. 늦게 시작할수록 늦게 끝나니까. 애인이 맛이 가면 그의 친구에게 뒷일을 부탁하면 탈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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