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서 나는 `전문가가 되려면 혼자 살라`는 말을 했다. 혼자 살면 가족들의 결혼 독촉에서 벗어날 수 있고, 일하다 밤 늦게 들어가도 부담스럽지 않다. 그런데 혼자 살다 보면 모든 걸 혼자 해결해야 한다. 당연한 소리 같지만 막상 살아 보면 장난이 아님을 실감한다. 식구들과 함께 생활할 때는 몰랐던 부분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것이다. 집에 있을 때는 아침에 일어나는 것도 자명종이 울리기 전에 엄마가 먼저 악을 써서 일어났지만 혼자 살면 이게 없다. 알람 맞추어 놓고 잔다는 걸 깜박 하고 그냥 자면 퍼질러 자다 지각을 다반사로 하는 거다.
무엇보다 세상에서 가장 한심하고 처량한 일 중의 하나가 혼자 밥 퍼먹고 있는 것. 어지간히 꼼꼼하고 야무진 사람이 아니면 저 혼자 먹겠다고 장봐다 찌개 끓이고 반찬 만들게 되지 않는다. 아침은 잘해야 빵 쪼가리 하나 씹고 점심은 회사에서 먹으니 그걸로 때우고 저녁은 먹는 날 보다(그것도 사서)안 먹는 날이 더 많다.
통제해 주는 사람이 없어 자칫하면 생활이 불규칙해지기 쉽다. 일이 빨리 끝나도 집에 가봐야 별 볼일이 없어서 바깥으로 돈다. 그러다 보면 지출도 상당히 늘어난다. 그렇다고 생각날 때마다 식구들이 있는 집으로 가 밥을 해결하다 보면 “미친년, 그럴 걸 왜 나가 사냐!”는 소리나 듣는다.
몸이라도 아프게 되면 더 서럽다. 독신을 선언하고 나가 살기 전에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한다. 한번 나갔다가 다시 집으로 들어갈 생각은 말아야 한다. 그건 자기 자신에게 패배를 선언하는 것과 같다. 가능하면 혼자보다는 둘이 사는 게 여러 모로 낫다. 마음 잘 맞는 사람과 같이 지내면 경제적으로도 이롭고(전세금, 월세, 전기, 수도요금 분담 등( 정신적으로도 서로 위로와 격려를 주고받을 수 있어 훨씬 든든하다.
이때, 양보의 미덕을 발휘하지 않으면 혼자 사는 것만 못한 일이 벌어진다. 공동체 삶이란 서로 알아서 잘 해야 유지된다. 지내다 보면 밥을 하는 사람은 늘 밥만 하게 되고 청소도 하는 사람만 하게되는데 “아, 열 받아서 못 살겠네!” 하고 싸움이 나면 끝장이다.
여자가 혼자 산다고 하면 넘겨다보는 사내들이 많다. “어떻게 좀 안될까...” 이런 흑심을 품고 슬금슬금 다가서는 늑대들이 자신도 모르게 마수를 뻗쳐오는 것이다. 또, 혼자 사는 여자에 대해 편견을 가진 이들도 적지 않다. 결혼을 안한다면, 안하는 게 아니라 못하는 걸로 치부하거나 어디 이상이 있어서, 더 심하게는 과거의 상처 때문에 그런 걸로 지레 짐작하고 뒤에서 수근거린다. 이런 같지 않은 얘기에는 일정 신경 쓰지 말라. 당사자가 개의치 않으면 이런 헛소리는 곧 들어가게 마련이다.
아직 이 사회는 여자 몸으로 혼자 살기가 만만히 않다. 그러나 세상이 그렇다고 자기 꿈을 포기할 이유는 없다. 자신감을 가지고 당당하게 부딪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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