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의 세계는 양면성을 갖고 있다. 쉽게 말하면 야성인데 이걸 더 물어 설명하면 폭력성과 성욕으로 구분지을 수 있다. 아무리 고상하고 고매한 인격의 소유자라 할지라도 그 안에는 동물성이 숨어 있다는 말이다.
겉으로는 전혀 그럴 것 같지 않은 사람이 어쩌다 보면 “어머머, 저럴 수가...”라는 말이 절로 나올 만한 태도나 언변을 보이는 게 발로 그것이다. 사람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안 그런 남자는 없다고 보면 틀림없다. 관습과 도덕으로 꽉 묶인 이 세상은 우리에게 폭력과 성욕의 자제를 엄격히 요구한다. 폭력은 어떤 경우에도 용서받을 수 없는 악으로, 성욕의 최대 절제는 선으로 인정된다.
하지만 이건 사람의 마음까지 통제하지는 못하므로 우리는 표현만 안할 뿐 속으로는 별의별 생각을 다 하고 있다.
남자들의 은어나 속어는 이의 한 표현 수단으로 보인다.
남자가 여자를 지칭하는 은어로 가장 대중적인 말 `조개`는 다 알것이다. 이말
은 요즘 남자들 사이에서는 거의 쓰이지 않는다. 은어로서의 기능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조개 대신 등장한 말이 `냄비`. 냄비라는 말이 왜 여자의 그것을 상징하는지에 대해서는 설이 분분하나 어느 것도 그럴 듯해 보이지 않는다. 내가 추리하기에는 냄비라는 용기가 보통 찌개를 담아 먹는 것으로 여러 사람이 다 같이 숟가락을 넣고 먹는다는데서 아마 유흥어에 종사하는 여자를 뜻하는 것 같다(이게 뭔 소리냐고 물을 사람이 있을 거다. 한 마디로 임자가 없는 여자, 돈만 주면 아무나 되는, 그래서 이놈도 숟가락을 디밀고 저놈도 숟가락을 디미는 것).
`맛있게 생겼다`는 표현은 아주 미묘한 의미를 지녔는데 개인적으로 구체적인 의미는 다르나 포괄적인 뜻은 얼굴과 몸매가 성욕을 불러일으킨다는 말. `떡`이라는 은어는 여자 그 자체를 의미하며 `떡 먹으로 간다`는 말은 여자와 같이 자러 간다는 뜻.
`선수`는 호스티스 등 유흥업에 종사하는 여성을 가리키는 것으로 `선수촌`은 그들이 집단적으로 모여 사는 동네를 의미한다. `기쁨조`는 경우에 따라 뜻이 달라지는데 함께 술을 마시거나 놀러갈 때 동행한 여자(직장 동료든 누구든 상관없다)를 남자들끼리 뒤에서 부르는 은어. `천연기념물`은 나이가 찼는데도 아직 처녀이거나 총각인 사람. `보사부 처녀`는 숫처녀이고 `법무부 처녀`는 시집만 안 간 처녀 아닌 처녀.
남자들의 은어나 속어를 알고 나면 아마 협오감이 들 것이다. 거의 모든 속뜻이 섹스와 관련되어 있으니까. 하지만 이런 말을 늘 쓴 건 아니고 어쩌다 한번 친구나 동료끼리 조용히 주고받으니 염려하지는 않아도 된다.
내가 이를 공개하는 까닭은 더러 못된 놈들이 여자들 들으라는 듯이 “아, 어제 오랜만에 냄비 좀 닦았더니 고단해 죽겠구만!”하고 즈이들끼리 시시덕거릴 때 혼을 내주라는 차원에서이다. 뚜껑이 열리도록 패줘도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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