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우리나라 사람처럼 정치에 관심이 많은 국민도 없을 것이다. 서넛이 모였다 하면 반드시 정치문제가 화제에 오른다. 그때마다 정말 평론가 빰치는 분석과 전망이 오가는데 나는 늘 감탄을 금치 못한다. 대체 이 사람들은 어디서 이런 정보와 식견을 갖게 되었을까? 하기야 신문이나 방송, 잡지에서도 하도 떠들어대니 조금만 관심을 기울인다면 어려운 일도 아니다.
그럼에도 정치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은 박찬종씨가 지금 어느당에 소속되어 있는지 아니면 아직도 무소속인지를 모른다. 지금이 7공화국인지도 한참 생각해봐야 알고, 노태우씨나 전두환씨가 왜 이제서야 단죄를 받아야 하는지 더더욱 알지 못한다.
이 나라 정치판이라는 게 워낙 복마전이어서 정치가들도 헷갈리는 마당인데 하물며 문외한이야 감히 그 속내를 어찌 짐작이나 하랴. 정치부 기자조차 기사를 감으로 쓴다지 않는가.
그러나 모든 국민이 정치에 무관심해서는 나라가 제대로 서질 않는다. 달마다 꼼짝없이 갑근세 꼬박꼬박 내는 우리가 왜 저들 좋은일 시키는가. 지난 연말. 나는 출퇴근 때마다 열 받아 혼났다. 아니 제기랄, 멀쩡한 보도 블럭을 뜯어내고 새걸로 가는 것이 아닌가. 동료 하나는 카메라 출동에 고발해 버리겠다고 방방 떴다. 이런 짓거리는 남는 예산을 그해 안에 다 써버리겠다는 수작에서 나온 것이다. 지방자치 원년 어쩌구 하면서 아직도 구태를 벗지 못하니 어이가 없다.
언젠가 주한미군 사령관을 지낸 사람이 한국인을 들쥐에 비견한 적이 있다. 앞의 쥐 한 마리를 따라 모든 쥐들이 영문도 모른 채 졸졸 따라다닌다는 것이다. 매우 서글픈 발언이지만 나는 적절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외국인은 한국인들은 정부의 말을 너무 잘 듣는 것 같다고 말했다. 뭐든지 하루 아침에 실시된다. 쓰레기종량제도, 금융실명제도, 대입 자율화도 국민의 의견 수렴과 검증 없이 정권이 제 마음대로 정하고 실시한다. 그런데도 반대는 거의 없다. 일부 언론이나 단체가 몇 번 떠들고 나면 그만이다. 정권은 지나가는 행상인과 다를 바 없다. 제멋대로 떠들다 가면 그만이다. 그들이 지나간 자리에는 쓰레기만 수북했다.
나도 남자지만 남자들은 비겁하고 야비하다. 지식인들은 자신의 학문을 벼슬과 바꾸고, 언론은 비판과 감시를 포기하는 대가로 부를 축적하고 있다. 한국은 서울대와 육사가 말아먹고 있다는 말도 있다.
여성들의 정치 참여가 활성화되기는 우리의 현실에서는 요원한 일로 보이지만 여성들이 정치는 남자들의 몫이라는 인식을 버리고, 한 사람의 국민으로서 정치에 대한 관심을 꾸준히 넓혀간다면 나라꼴은 적어도 지금보다는 나아질 것이 틀림없다.
선거 때면 악착같이 투표하자. 누가 나은지 철저히 비교해서 그를 찍자. 여성들의 표를 놓치면 당선이 불가능하다는 말이 나오게 만들고, 행정적인 불이익을 당하면 소송을 걸어서라도 끝까지 물고 늘어져 남자보다 여자가 더 무섭다는 말이 나오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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