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살면서 언제나 웃을 수만은 없다. 울화통이 터지면 성질도 낼 수 있고 분을 못 이기면 싸울 수도 있는 것이다. 울음도 마찬가지다. 슬플 때 실컷 울고 나면 슬픔이 조금은 가라앉는다는 것은 누구나 한두 번쯤 경험해 봤을 것이다.
그런데 걸핏하면 짜는 사람이 있다. 천성이 그래서 그런 것이라면 굳이 할 말은 없지만 남 보기에 꼴 사나운 것만은 틀림없다. 소리만 꽥 질러도 찔찔, 가볍게 야단을 쳐도 찔찔, 할 말이 없을 때도 흑흑... 이러면 상대방은 한편으로는 황당하고 짜증난다.
고장난 수도꼭지도 아니건만 이건 툭하면 울고 짜니 주변에서 곱게 봐줄 리 만무하다. 당사자는 울만하니까 우는 거라고 항변하겠지만 그 말을 곧이 듣는 사람은 없다.
우리 사무실에서 있었던 일이다. 한 남자 직원이 나이 어린 여자직원과 농담을 하고 있었다. 남자는 실실 웃으며 여자를 골리고 있었는데 여자의 안색이 변하더니 급기야는 화장실로 뛰어가는 것 아닌가. 그녀는 한참 뒤에야 돌아왔다. 물론 오줌이 마려워서 간 건 아니다.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더러 여직원을 장남감처럼 다루는 남자들을 본다. 제깐에는 악의없이 웃고 놀자는 거였는데 듣는 여자 쪽에서는 장난이 아니니까 이런 사태가 벌어지는 것이다.
이럴 때는 화장실 가서 울 게 아니라 다부지게 쏘아붙여야 한다. 울기는 왜 울어.
여자들은 눈물을 일종의 무기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울므로써 상대방을 당황하게 만들고 주변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이 피해자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인식시키려는 의도 강하다. 그러한 방법이 대로 효과를 발휘하기도 한다. 하지만 입 뒀다 뭐에 쓰려고 우나.
눈물은 남에게 보이지 않고 혼자서 소리 없이 흘리는 게 아름답지 않을까? 부모가 돌아가셨다면야 대성통곡을 해도 부끄럽지 않지만 사소한 일에 눈물을 보이는 것은 내 모습을 스스로 허무는 것이다. 울지 않고서는 더 이상의 방법이 없을 때라도 꾹 참았다가 내 방에서 문 잠가놓고 혼자 울자.
혼자 흘리는 눈물은 자신의 영혼을 정화시킨다. 인간사 1백년도 채 되지 않는 삶에서 기쁜 일보다는 슬픈 일이 더 많고 그 슬픔을 내면에서 삭이는 일에 분명 자기 눈물만큼 훌륭한 약은 없다. 우는 동안 비애는 가슴 속에 한 줄기 주름으로 남아서 우리를 성장시키고 나중에 우리에게 세상을 관조하는 눈을 갖게 한다.
그렇다고 까딱하면 문 잠가놓고 울라는 것은 아니다. 울만큼 술픈 일은 우리 생에서 별로 많지 않다. 눈물을 아끼자. 내가 보인 눈물은 슬픔을 전파시킬 뿐 누구에게도 득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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