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직장에서 근무할 때의 일이다.
우리는 점심 먹고 햇볕이 따뜻한 창가에 앉아 있었다. 어떻게 하다 보니 여직원들과 수다를 떨게 되었는데 내가 경악한 것은 여자들이 자기 자신의 성에 대해 너무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나는 졸지에 성교육 강사가 되어 그 뒤로 며칠을 조용한 장소에 그들을 모아 놓고 내가 아는 얘기를 풀어댔다.
성범죄가 갈수록 늘고 있는데도 정부는 아직 청소년에 대한 성교육을 공론화 시키지 못하고 있다. 시키긴시켜야 한다는 말만 무성할 뿐 나서서 정책을 입안하는 당국자가 없다. 상황이 이러니 잘 먹어서 몸뚱이만 쑥 커버린 아이들은 괜한 호기심에 시달리고 어른이나 아이나 쉬쉬하는 사이에 3류 잡지나 포르노 테이프가 그 사이에 끼어들어 성은 더럽고 추잡한 것으로 인식되었고 “마광수, 그 인간은 대체 왜 그러는 거야!” 하는 말이 저절로 나오게 되는 것이다.
얼마 전 서점가에는 독일에서 나왔던 (섹스 북)이 우리말로 번역되어 나왔다. 나는 우연히 그 출판사가 출판 담당 기자들에게 여론 조사용으로 돌린, 원서를 거의 그대로 번역한 사본을 보았는데 내용은 파격적이었다. 사진과 그림도 물론 이었고, 그러나 출판되어 서점에 나온 것을 보니 이런 파격의 상당부분이 잘린 채였다. 출판 사가 알아서 기었는지 아니면 도서잡지 윤리위원회에서 문제가 제기되어 삭제된 것인지는 알 길이 없다.
그 책의 장점은 성에 대한 솔직함에 있다. 있는 그대로를 가르쳐주고 보여주어 아이들에게 성은 아름답되 절제할 줄 알아야 즐겁다는 얘기를 들려주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어떤가?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다. 중.고등학교에서의 성교육 이라곤 아주 형편없이 짧은 시간에 구렁이 담 넘어가는 듯한 소리로 대충대충
가르치고 마는 정도다. 이런 마당이니 아직도 수많은 여자들이 첫날밤에 남자의 그 엄청나게 크고 길다란 물건이 어떻게 자기 몸 안으로 들어올 수 있을 까 하는 공포심에 신혼여행 가서는 목욕탕에 들어가서 문 잠그고 안 나오는 불상사가 생기는 것이다.
가르쳐주는 사람이 없으니 스스로 알려고 들지 않으면 깡통이 될 수 밖에 없다. 생리를 하면 그저 하는가 보다, 좀 늦어지면 늦는가보다 하다 이상하면 병원에가고 “뭐, 임신이라구요? 아이고 난리 났네!” 이런 코미디를 연출한다. 그런데도 여자들의 상당수는 관련서적읽기를 꺼려한다. 우선 남의 이목이 두렵고 괜히 창피하고 뭐 나중에 다 알게 될 텐데 이러면서 기피한다. “처녀가 피임에 대해 빠삭하게 알고 있다면 의심을 받을 거야.” “아니 넌 틈만 나면 맨 그런 거만 연구하냐?”“책까지 사다 놓고 보고 있네. 너 혹시 ...”이런 풍토는 사라져야 한다.
자신의 성을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남자의 성도 잘 알아두어야 한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고 알아서 손해볼 것은 없다. 남자의 성을 알면 그들이 왜 도둑놈인지 자연히 알게 된다. 성은 식욕 다음으로 우리에게 중요한 욕구의 대상이다. 이렇게 중요한 성을 저절로 알게 되는 것이라고 두었다간 낭패를 당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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