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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살아가는 지혜/여자가 모르는 99가지

제47회 직장생활은 오래하면 손해

자이야 2011. 9. 17. 22:06

  지금부터 내가 떠드는 소리는  전문직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보통 직장에서 아직도  자기 일 외에 남자  뒤치다꺼리를 해주며 힘들게 지내고 있는 보통의  여성 직장인들을 위한  것이다. 여자들이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을 기회조차 갖지 못한 채 남자들을 보조하는 일에만 매달리는 것이 당연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다만 현실이 그렇다는 것이니 오해 없기를 바란다.


  대기업이든 소기업이든 남자보다 더 좁은 관문을 지나 더 불리한 조건으로 취직을 하면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누구나 한 회사에서 오래 근무하겠다는 생각을 갖기 마런이다.


  나는 성질이 더러워서 그랬는지  아니면 인간이 워낙 무능해서 그랬는지 직장 옮겨다니기를 열 받은 날 술잔 비우듯 했는데 그건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직장생활은 처음 호기심과 두려움이 반씩 섞인  기분에서 출발한다. 나도 이제부터 사회인이구나 하는 뿌듯한 마음도 들고 월급날이면 자신이 돈을 벌고 있다는 사실이 좀처럼 믿어지지가 않아서 괜히 방방뜨기도 한다.


  생각해 보면 그리  많지 않은 돈이련만 집에 갈  때까지 혹시 어느 인간이 내 월급을 소매치기라도 해가지 않을까 하는 염려에 가슴을 쓸다가 제 방에 들어서고서야 한숨을 내쉬는 것이다.


  그러나 세상살이는  결코 만만치가 않다.  회사 일이라는 게  즐거운 일보다는 짜증나는 일이  더 많고, 아름다운 장면보다는  치사한 장면이, 착한 사람보다는 나쁜 새끼가 더 많게 마련이다.


  직장을 오래 다니다 보면  눈이 먼다. 경우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처음에는 이건 정의에 위배되는 일이라고 속을 끓이다가 시간이  지나면 “뭐, 다 그런 거지. 나야 위에서 시키니가  할 수 없이 하는건데 어떨라구”하게 된다. 그러면서 자신도 모르게 그들과 한통속이 되고 후배 사원이 들어오면 은근히 압력을 넣는 것이다.


  나 역시 이런 꼴을 숱하게  당했고 여직원이 바로 위 남직원의 회유와 협박에 못이겨 할 수 없이 부정을 저지르는 걸 본 적도 있다.  회사 공금으로 유흥비를 쓰고 영수증을 끊어 접대비로 대강 때우는 수법은 그래도 귀여운 편이다. 하는 일이 돈과는 상관없는  일이라도 상황은 크게 나을 것이 없다.  영업직이 아니라면 여직원은 사내  근무가 보통이다. 그런데 남직원은 피곤하면 한가할 때 사우나 가면서 누가 찾으면 삐삐를 쳐달라거나 적당히 거짓말 좀 해 달라는 부탁을 하기 일쑤다.


  이런 마을 들으면 초기에는 욕이 나온다. 남은  앉아서 일하는데 잠을 자러 간다구? 그러다가  자신도 슬슬 거짓말을 한다.  너도 하는데 나라고  못할 거냐 하는 심리에서 근무시간에 어디서  세일한다고 두어 시간 나갔다 오고 심지어는 머리 퍼머도  하고 들어온다. 언론사의  경우는 아예 드러내놓고  돌아다녀 나를 돌아버리게 한 일도  있다. 마감 때조차 나가서 쇼핑하고 늘어지게  놀다가 들어오는 것이다.


  직장생활은 오래 하면 인격적으로 마이너스가 될  뿐이다. 뒤집어 생각하면 세상을 알게 되는  기회가 된다지만 그 앎이  긍정적이기 보다 부정적이어서 얻는 것보다 잃은 것이 더 많다는 얘기다.


  직장 내 성폭력도 알고 보면 우리 사회의  이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된다. 아직도 여자 직원은  주체가 아닌 객체에 불과하고  능력보다 외모가 더 중시되는 풍토에서 그 직장이 당신에게 바라는 게 무엇일  건가. 내가 말한 직장생활이 어쩌면 최악의 가정일지는 모른다. 하지만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크게 다르지 않다. 짧게는 3년,  길어야 5년 이상은 하지 말자. 당신의  정신건강을 위하여 그리고 이 더러운 사회를 위하여.